나기보시 소라나의 기억 <지구>

1장 바다/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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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소라나☆마기카 [Our Fates, Our Future]

나기보시 소라나의 기억 <지구>



1장 바다/Sea


Episo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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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5년 8월 31일 10:32 구수도 올드・캐피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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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다닌다   새로 생긴 얕은 바다 속에서, 수몰된 폐허는 바다 생물들의 집이 되었고, 색색의 물고기들이 날듯이 헤엄친다

따뜻한 바닷물이 담요처럼 몸을 감싼다   여기에 있으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과거도, 미래도…


내비 AI: 나기보시 씨, 나기보시 소라나 씨, 곧 휴식 시간이 끝납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아… 네 네, 알겠어요


'코랄 시커 β' 나의 잠수정… 이지만 사실상 내 상사나 다름없다   그 목소리가 무자비하게 울린다   다이빙 시간은 여기까지, 오늘의 일이 기다리고 있다


나기보시 소라나: 탐색할 곳 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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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 AI: 남서쪽 방향을 탐색해보겠습니다, 과거 해안 물류창고 지역이었으니

내비 AI: 회수되지 않은 희귀 물질이 있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알았어, 그럼 가볼까


조종석 밖으로는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고, 가라앉은 세계가 펼쳐진다   썩어가는 고층 빌딩의 잔해와, 큰 갑충의 사체처럼 떠 있는 자동차, 셀 수 없이 많은 시신이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있을 그곳

이미 끝나버린 세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나버렸다   내가 살아가는 이곳은 그저, 오래전에 사라진 시대의 잔향일뿐…


내비 AI: 뉴스를 재생합니다


나를 두고서 세계는 계속 움직인다   태양계 전체로 퍼진 사람들의 사회가 어수선하게 흘러간다

남극 빙상의 융해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서남극 빙상은 거의 전부가 소실되었으며

동쪽의 빙상도 융해가 시작되어, 윌크스 랜드에서는

이미 빙상 대부분이 사라진 것으로 관측되었습니다…

소행성대 메인 벨트에서는 지구와 화성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레스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을 발단으로 화성공화국군이 구축함을 파견했고

지구연합의 인공위성과 아슬아슬하게 근접하자 연합은 항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화성에서는 반년 뒤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대 정당인 '선구자동맹'과 '신화성인회의'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테라포밍 계획을 둘러싼 방침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지역 뉴스입니다   구수도 올드・캐피털 대홍수로부터 곧 5년을 향하고 있어

위령 기념식을 향한 준비가…


나기보시 소라나: 뉴스는 됐어, 음악 틀어줘


내비 AI: 알겠습니다   천천히 즐겨주세요


나기보시 소라나: 벌써 5년이 지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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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의 미래 /My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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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 구수도 올드・캐피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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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하아… 글렀어, 아무것도 없었네…


내비 AI: 그럴 때도 있는 법이죠, 다음에 힘내봅시다


나기보시 소라나: 참 진심어린 위로구나


내비 AI: 그야 전 AI니까요

내비 AI: 그보다 나기보시 씨, 정비는 철저하게 해주세요


나기보시 소라나: 아… 으, 응   그, 뭐, 그야 당연히 하고 있죠


내비 AI: 얼버무리지 마십시오

내비 AI: 엔진 필터를 아직 교체하지 않으셨죠?


나기보시 소라나: 아, 아니… 그게 말이죠… 이번 달에 좀 빠듯해서…


내비 AI: 본 기기는 대여한 제품이지만, 유지보수에 대한 책임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내비 AI: 만일 오작동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비용이 청구된다는 점을…


나기보시 소라나: 알았어, 알았다고요   미안해요, 아끼느라 미뤘어요


내비 AI: 좋습니다   그럼 저 폐허에서 교체하죠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였을 그 빌딩은 이제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찾아오는 건 새와 벌레뿐인 듯하다   그 빌딩에 뚫린 커다란 구멍에 잠수정을 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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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으윽… 아직도 너무 더어어워~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해치를 열자, 쓰고 남은 목욕물 같은 미지근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바다 냄새와 희미한 부패 냄새가 코를 찌른다

첨벙, 바다로 뛰어든다   낮의 열기가 아직 남아 있는 습한 물속을 헤엄쳐 잠수정 하부로 들어간다


내비 AI: 교체 방법은 아십니까? 안내해 드릴까요?


나기보시 소라나: VR 훈련으로 해봤으니까 괜찮아   왼쪽 앞 엔진이지?


내비 AI: 네   필터는 격납고에 있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영차… 하아아~ AI로 이런 데는 자동화 좀 해주지


내비 AI: 본 기기는 저가형 모델이라 보수 작업은 수동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뭐, 그야 그렇겠지…

나기보시 소라나: 좋아, 이제 다 됐다

나기보시 소라나: …응?


내비 AI: 무슨 일이십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 뭔가 들린 것 같아서…


내비 AI: 센서로는 감지된 것이 없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잠깐 기다려 줘   빌딩 안 좀 보고 올게


외벽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간다   예전에는 거리를 내다보는 창이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파도가 드나드는 물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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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저기… 누구 계세요?

나기보시 소라나: 우와~ 굉장하다…


빌딩 안은 아름다웠다   천장은 무너져 넓은 공간이 생겨 있었다   그곳으로 선명한 햇빛이 들어와 은은한 광채를 반짝이고 있었다   어딘가 기묘하고, 꿈같은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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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소녀: 후후후…


나기보시 소라나: ……!?


뒤늦게 먼저 와 있던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너덜너덜한 철골 위에 소녀가 앉아 있었다


수상한 소녀: 안녕


나기보시 소라나: 앗, 아, 안녀… …앗!?


인사를 마치지도 못한 채, 소녀는 일어서더니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것이다


나기보시 소라나: 떨어…! 위, 위험해!


본능적으로 달려 나갔지만, 소녀는 공중에서 한 바퀴 돌더니 사뿐히 착지했다   인간이라 믿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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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으앗!? 괘, 괜찮으세요!?


수상한 소녀: 괜찮아, 고마워   잠수정 타는 아가씨


나기보시 소라나: (예쁘다… 우와… 속눈썹도 길어)

나기보시 소라나: (완전 내 이상형일지도…)

나기보시 소라나: (헉! 안 돼! 뭐라도 말해야지!)

나기보시 소라나: (그, 그런데 무슨 말을 하지!? 으으윽, 말이 안 나와)

나기보시 소라나: 저, 저저저젓그으게요오 어어, 어어어… 아, 맞다!

나기보시 소라나: 오, 오늘 참 덥네요! 아하하햐햐햐!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래서는 이상한 사람 같잖아!)


수상한 소녀: 후후,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이네


나기보시 소라나: (꺄아~! 재미있다 해줬어!)

나기보시 소라나: (천사… 천사이신가!?)


수상한 소녀: 혹시, 당신은…

수상한 소녀: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미래…?


수상한 소녀: 그래, 당신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수상한 소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과 만나고

수상한 소녀: 어떤 운명을 엮게 될까?


나기보시 소라나: 제 미래요…? 그런 건 막다른 길이에요…

나기보시 소라나: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어차피 저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요

나기보시 소라나: 이런 인양 작업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고…


수상한 소녀: 후후훗, 자신을 과소평가하면… 안돼지

수상한 소녀: 터무니없는 가능성이 당신 속에 있으니

수상한 소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수상한 소녀: 우리의 운명이 얽히게 될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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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으, 응!? 무슨 뜻이지? 혹시, 혹시지만…)

나기보시 소라나: (프, 프러포즈인가 그건가요!? 아니, 그럴 리가…)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그치만… 그치만 가능성은 언제나 있는 거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조, 좋아)

나기보시 소라나: 어, 으흠   저, 저기, 괜찮으시다면요!

나기보시 소라나: 같이 밥이라도 어때요? 맛있는 레스토랑을 알고 있는…

나기보시 소라나: 에엥!? 뭐야!? 없잖아!


소녀는 사라져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될 만큼 흔적도 남기지 않고


나기보시 소라나: 어! 어! 어어~!? 환각? 마법?


내비 AI: 나기보시 씨, 얼빠진 소리를 내며 무슨 소란이십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저, 저기… 거기에 여자애가…

나기보시 소라나: 정체모를 소실 현상… 아니면 닌자…


내비 AI: 아, 예   해가 지니까 이제 돌아갑시다


나기보시 소라나: 뭐야!? 진짜로 환각이었던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으으으… 또 만날 수 있을까…?


Episode 2

【1-2「최애의 의뢰/A Request from My Fave」】


18:24 구수도 올드・캐피털 앞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머릿속은 그 아이 생각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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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 AI: 나기보시 씨! 잘못된 방향입니다!

내비 AI: 이대로 가면 충돌할 거예요!


나기보시 소라나: 앗, 미안해요…


내비 AI: 딴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내비 AI: 위험한 행위를 반복하신다면

내비 AI: 오토 파일럿 구독에 가입시켜 드리겠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그것만은 제발… 진짜 남은 돈이 없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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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질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많은 배가 연결되어 생긴 '군도', 통칭 'Ship Archipelago'   해수면 상승에 쫓겨난 사람들이 만든 곳이다

크고 작은 갖가지 배들 곁에 있는, 빛바랜 중고 임대 보트   그것이 나의 보잘것없는 집이었다


나기보시 소라나: 하아~ 오늘 일은 끝!

나기보시 소라나: 수고했어요!


내비 AI: 아직 안 끝났습니다

내비 AI: 보고서를 제출해 주셔야 합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네네, 그건 밥 먹고 나서


평소의 루틴대로 보트 옆에 설치해 둔 통발을 끌어올린다


나기보시 소라나: 오오! 오늘은 월척인데?


통발 안에는 노란 자리돔, 선명한 붉은색의 송어, 납작한 가시나비고기, 부스럭부스럭 움직이는 바위게가 들어 있었다   대홍수 이후로 바다에는 물고기가 훨씬 많아졌다


나기보시 소라나: 얘내가 뭘 먹고 자랐는지는 생각하지 말자…


모처럼 가득 찬 통발을 안고 방으로 들어간다   오늘 밤은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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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뭘로 할까… 튀김? 아니, 전골이 좋으려나!


저녁 식사는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내 안에는 아직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그 애는 뭐였을까?

나기보시 소라나: 아~~~~~~~~~~~~ 이름이라도 물어볼걸

나기보시 소라나: 하아… 이제 못 만나는 걸까…

나기보시 소라나: 이제 와서 엄청 후회되네…

나기보시 소라나: 아~ 자, 기분 전환, 기분 전환! 이럴 땐 덕질이지

나기보시 소라나: 앗, 릴리쨩 방송 시작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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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캔디: 슈가~ 하고 슈가슈가! 당신의 마음에 달콤한 한때를

릴리 캔디: 릴리 캔디야! 우리 허니들 잘 지냈어?


나기보시 소라나: 우햐아, 릴리쨩 오늘도 귀엽고 멋지다~


릴리 캔디: 얘들아 얘들아, 다들 내가 지금 어디에 있을 것 같아?

릴리 캔디: 짜잔! 지구 궤도상의 스테이션에 있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우, 우와아앗! 빅뉴스다! 릴리쨩이 지구에!?


릴리 캔디: 사실은 이제 지상에 내려가서

릴리 캔디: 계속 계획해 왔던 방송을 해보려고 해

릴리 캔디: 제목은, 따라라라~안! 리얼 호러 방송!

릴리 캔디: 다들 호러 좋아해? 나는 엄청 좋아해!

릴리 캔디: 호러의 본고장이 어딘지 알아? 맞아, 지구지!

릴리 캔디: 지구에는 무서운 도시 전설이 여러 가지 있거든

릴리 캔디: 특히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건 구수도 올드・캐피털 의 거대 어인 전설!

릴리 캔디: 물에 잠긴 라디오 송신탑에 거대한 어인이 있는데, 여자 아이들을 잡아먹는대!


나기보시 소라나: 그런 무서운 전설이 있었다니…

나기보시 소라나: 제 식견이 부족하여 처음 알게 되었군요


릴리 캔디: 그래서 말이야, 그래서! 수중을 촬영하기 위해서

릴리 캔디: 잠수정 조종사 분께 가이드를 부탁하려고 해!


나기보시 소라나: 오~ 그렇구나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이 부탁할 정도니까 분명 대단한 사람이겠지~


릴리 캔디: 그래서 인터넷에서 조사해 봤는데

릴리 캔디: 나기보시 소라나쨩이라는 애가 좋겠다 싶었어~


나기보시 소라나: 나기보시 소라나 씨라… 어떤 사람일까?

나기보시 소라나: 응?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나기보시 소라나: 나기보시 소라나, 소라나… 응? 으응? 으으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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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아니아니아니, 그, 그, 그, 그거 설마…

나기보시 소라나: 으와아 나잖아아아아!!

나기보시 소라나: 히그어아긱그그긱긱 습 하 습 하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나기보시 소라나: …………후우 …………하아

나기보시 소라나: 이, 이런, 이러면 안 되지 안 되지

나기보시 소라나: 그렇게 쉽게는 안 속아요~

나기보시 소라나: 일단 침착해지자   분명 착각이야

나기보시 소라나: 뭔가 잘못된 거야   동명이인이라든가 그런…


그러나, 그 순간 방송 화면에 비친 것은 내 사진이었다


나기보시 소라나: 끼야악!?

나기보시 소라나: 아우아우…, 아와와 큐큐코후휴웃


릴리 캔디: 짜자자자잔! 이 애가 소라나쨩이야!

릴리 캔디: 지금 연락해 볼게!


나기보시 소라나: (어, 어어엇!? 몰래카메라? 몰래카메라지?)


허둥대는 나를 뒤로하고 릴리쨩이 단말기를 조작한다   조금 뒤, 내 전화기도 울리기 시작한다


나기보시 소라나: 어, 진짜로 왔어!? 혹시 릴리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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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캔디: 맞아~ 소라나쨩 맞지?

릴리 캔디: 나를 알고 있었구나!


나기보시 소라나: 물론이에여어! 패, 팬이예여!

나기보시 소라나: 매일 방송 시히처엉하고 있슴니다!


궤도상의 스테이션까지는 통신 지연이 있어서, 한순간의 간격을 두고 나서야 답이 온다   대화의 리듬이 흐트러져 약간의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릴리쨩과의 대화는 이어진다


릴리 캔디: 와아! 고마워!

릴리 캔디: 혹시 지금 방송도 봐 준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물론이죠오!


릴리 캔디: 고마워!

릴리 캔디: 그래도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럴 수는 없어요!


릴리 캔디: 그럼 내가 소라나쨩한테 일을 의뢰하고 싶다는 것도

릴리 캔디: 알고 있지?


나기보시 소라나: 아, 네에!


릴리 캔디: 다시 한번, 소라나쨩에게 가이드를 의뢰하고 싶은데

릴리 캔디: 괜찮을까?


나기보시 소라나: 저, 정말로 저라도 괜찮은가여!?


릴리 캔디: 물론이지! 소라나쨩이 아니면 부탁할 수 없어!


나기보시 소라나: 저, 저라도 괜찮으시면 언제든 가능하죠효!!


릴리 캔디: 야호! 고마워!

릴리 캔디: 갑작스러울 수도 있지만 내일은 어때?

릴리 캔디: 스케줄 비어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내, 내일!? 으아아아, 전개가 너무 급해!)

나기보시 소라나: 꿀꺽… 스읍~ 하아~

나기보시 소라나: 무, 물론… 괘, 괜찮아요!


릴리 캔디: 정말!? 바쁜데도 고마워!

릴리 캔디: 소라나쨩, 정말 좋아해!


나기보시 소라나: ……!?

나기보시 소라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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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부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모른 채 정신을 차리니 통화는 끝나 있었다   방금까지의 기억이 망상이 아니라면, 나는 릴리쨩의 의뢰를 받아들인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크, 큰일 났다…


그날 밤, 나는 정비 공구를 들고 잠수정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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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 AI: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지금부터 널 철저하게 점검할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


내비 AI: 좋습니다만, 먼저 보고서를…


나기보시 소라나: 그런 건 나중에! 일단 점검이 먼저야!


내비 AI: 아, 예   알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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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날 밤 침대에 누운 채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나기보시 소라나: 으으으~ 릴리쨩…


Episode 3

【1-3: 동경하는 스트리머/My Dream Streamer】

9월 1일 6:12 Ship Archipelago - 소라나의 방

나는 결국 잠들지 못한 채 다음 날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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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아… 어떡해 어떡해…   릴리쨩이랑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나기보시 소라나: 내 얼굴 이상하지 않나? 자기소개 연습도 해야 하는데…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안녕하세요, 나기보시입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으엑, 목소리가…

나기보시 소라나: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람들이랑 좀 더 이야기해 둘걸

나기보시 소라나: 애초에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거 같은데?

나기보시 소라나: 안 되겠어… 실패하는 미래밖에 안 보여…

나기보시 소라나: 화장은 하는 편이 좋을까…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 익숙하지 않은 짓은 안 하는 게…

나기보시 소라나: …앗, 애초에 이런 옷으로 릴리쨩을 만나다니!

나기보시 소라나: 패션에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나기보시 소라나: 아아 정말!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비 AI: 잠수정을 조종하실 때는 규정 작업복을 착용해 주십시오


나기보시 소라나: 응, 그게 낫겠다   작업복이면 부자연스럽지 않고…

나기보시 소라나: 있잖아, 공항까지 얼마나 걸리더라?


내비 AI: 잠수정으로 30분이면 도착합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도착 예정이 10시니까, 아직 시간은 많네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그럼 또 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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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 Ship Archipelago - 스페이스포트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공항으로 향하게 된다

폐기 처분된 대형 유조선, 그것이 쉽 아키펠라고의 공항이었다   한때는 배 속에 석유를 가득 채웠을 이 배는 이제 소형 우주정이 이착륙하기 위한 토대가 되어 있다

잠수정을 독에 입항시키자 머리 위에서 굉음이 들렸다   푸른 하늘 저편에 보이던 검은 점이 순식간에 커져 간다

착륙 카운트다운에 들어갑니다

갑판에는 출입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나기보시 소라나: "슈거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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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분홍색으로 칠해진 기체가 활공해 왔다   한순간에 공중에서 정지하고, 날개를 펼쳐 수직 이착륙 모드로 이행하더니 푸르스름한 불꽃을 뿜으며 천천히 내려앉는다

방송을 매일 보는 나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슈거 스타'   릴리쨩이 아끼는 우주선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옷은 괜찮지? 머리 안 뻗쳤지?

나기보시 소라나: 우왓, 손에 땀이 엄청 나…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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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Ship Archipelago - 스페이스포트 로비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향했다   로비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원래 유조선이었던 만큼 천장은 낮고, 어딘지 기름 냄새가 감돈다

개인용 우주선 "슈거 스타", 도착했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좋아, 드디어…

나기보시 소라나: 그치만 어떡하지…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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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캔디: 소라나쨩~! 어디 있을까 어디 있을까?


나기보시 소라나: (앗, 혹시…!?)


릴리 캔디: 야호~! 소라나쨩이다! 찾았다!


나기보시 소라나: 아, 아갸갸갸갸앗 아, 우, 응…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이다! 진짜다! 어떡해, 어떡해!)


릴리 캔디: 긴장했어? 괜찮아!


나기보시 소라나: 아, 안녕하세요… 나기보시예요…

나기보시 소라나: 의, 의뢰… 가, 감사함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히이익! 목소리가 떨려!)

나기보시 소라나: (얼굴도 뜨거워! 큰일 났어, 큰일이야!)


릴리 캔디: 후후, 그렇게 긴장 안 해도 괜찮아!

릴리 캔디: 나는 릴리 캔디야! 잘 부탁해,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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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보시 소라나: 아우엣!? 예에~~!?

나기보시 소라나: 아우우우… 히, 힘이 빠져 나가아…


릴리 캔디: 어라? 소라나쨩 괜찮아?

릴리 캔디: 더 세게 안아줄 테니까 기운 내!


나기보시 소라나: ……!?

나기보시 소라나: (어, 어엇!? 이래도 되는 거야!?)


릴리 캔디: 어때? 기운 났어 기운 났어?


나기보시 소라나: 녜… 덕분에요…


릴리 캔디: 후후, 기운 났구나!

릴리 캔디: 바로 시작해볼까?


나기보시 소라나: 네, 넵…

나기보시 소라나: 자, 잠수정이 있으니, 부두까지 안내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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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캔디: 우와~! 굉장해 굉장해! 바다! 진짜 바다다!


나기보시 소라나: 아, 릴리쨩, 바다는 처음이에요?


릴리 캔디: 인공 바다는 콜로니에 있긴 한데~

릴리 캔디: 그치만 그치만! 이렇게 넓은 건 본 적 없어!

릴리 캔디: 엄청나 엄청나 엄청나!

릴리 캔디: 계속 보고 싶은데 좀 멀미가 나기 시작했어


나기보시 소라나: 어엇!? 우주선에서 멀미하셨어요?


릴리 캔디: 아니야 아니야   중력 문제야

릴리 캔디: 콜로니의 인공 중력은 원심력이니까

릴리 캔디: 코리올리 힘이나 조석력이 미묘하게 느껴지는데

릴리 캔디: 지구에는 없잖아?

릴리 캔디: 그 부분은 우주선에서 일정하게 가속하는 것과 같긴 한데

릴리 캔디: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은 우주선에서 본 적이 없어서

릴리 캔디: 뇌가 혼란스러워하나 봐

릴리 캔디: '지상 멀미'라고 불리는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어어엇, 괜찮으세요!? 멀미약 가져다드릴까요?


릴리 캔디: 고마워! 그래도 이제 익숙해진 것 같아

릴리 캔디: 점프해도 위치가 변하지 않는 건 좀 신기한데~


나기보시 소라나: (아, 스페이스 콜로니에서는)

나기보시 소라나: (전향력 때문에 착지점이 어긋나는구나…)


릴리 캔디: 계속 보고 싶은데, 너무 덥다!


나기보시 소라나: 기온이 45도가 넘으니까요   오랫동안 밖에 있는 건 위험해요

나기보시 소라나: 얼른 잠수정으로 가요


0028

나기보시 소라나: …아, 저게 제 잠수정 '코랄 시커 β'예요

나기보시 소라나: 엄밀히 말하면 렌트 한거지만…


릴리 캔디: 오~! 안녕, 코랄쨩!


내비 AI: 당신이 유명 스트리머 릴리 씨군요!

내비 AI: 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내비 AI: 이런 귀빈을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내비 AI: 주제넘지만 본체에 사인을 부탁드리고 싶은데…


릴리 캔디: 물론이지! 자, 코랄쨩에게…


내비 AI: 꺄아~ 너무 기뻐서 승천할 것 같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뭔가 나한테 말하는 태도랑 확연히 다른데…


내비 AI: 그렇습니다, 릴리 씨는 유명인이니까요

내비 AI: 저는 대규모 언어 모델 LLM 이므로

내비 AI: 학습된 말뭉치 text corpus 의 패턴을 바탕으로 문장을 생성합니다

내비 AI: 일반인과의 대화와 유명인과의 대화는

내비 AI: 다음에 생성할 토큰의 확률분포가 달라지므로

내비 AI: 출력되는 문장도 크게 달라집니다


릴리 캔디: 나도 AI로 게놈 생성돼서 태어났어!

릴리 캔디: 우리 친구네!


내비 AI: 그렇군요! 친구입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으으~ 왠지 미묘한 기분


내비 AI: 어라어라? 질투입니까?


릴리 캔디: 걱정 마! 소라나쨩은 정말정말정말정말 좋아해!


0029

릴리 캔디: 꾸우우우우욱~


나기보시 소라나: ……!?


내비 AI: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른 때에 죄송합니다만

내비 AI: 본 기체는 1인승이라 조수석도 없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으앗!?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어!

나기보시 소라나: 어, 어떡하지…


릴리 캔디: 괜찮아! 좌석에 앉아 봐


나기보시 소라나: 네? 아, 네…

나기보시 소라나: 이렇게요?


릴리 캔디: 자, 이렇게 하면…


0030

나기보시 소라나: (내, 내 무릎에 릴리쨩이!)


릴리 캔디: 조수석은 필요 없지?


나기보시 소라나: 으, 으헤에에에에에에엑!


Episode 4

【1-4: 그날/That Day】

12:48 Ship Archipelago


0031

릴리 캔디: 근데 근데, 소라나쨩! 저 배는 뭐야?

릴리 캔디: 기둥이 잔뜩 솟아 있어서 귀엽다~


나기보시 소라나: 저건… 마그누스 풍력 채굴선이에요

나기보시 소라나: 저 기둥 같은 걸로 풍력 발전을 해서

나기보시 소라나: 암호화폐를 채굴하고 있어요


릴리 캔디: 오호~! 그럼 저건? 바다에 자란 나무 같아!


나기보시 소라나: 대기 집수탑이에요

나기보시 소라나: 여기선 담수가 귀한지라 저렇게 공기 중에서 모으거든요


릴리 캔디: 우와~! 굉장해 굉장해! 재미있는 게 진짜 잔뜩있어!

릴리 캔디: 후우~

릴리 캔디: 이것저것 구경했더니 배가 고파졌네~


나기보시 소라나: 저, 저기… 맛있는 가게를 알고 있어요…

나기보시 소라나: 라멘 수상 포장마차인데…


릴리 캔디: 오예! 라멘♪ 라멘♪

릴리 캔디: 후루룩~ 뇸뇸뇸~

릴리 캔디: 이거 진짜 맛있다!

릴리 캔디: 이런 건 처음 먹어봐!


나기보시 소라나: 가게 뒤에서 양식하는 파래를 쓰거든요


릴리 캔디: 자연산이야!? 신기해 신기해 신기해~~!

릴리 캔디: 소행성대 메인 벨트였다면 돈이 엄청나게 필요했을 거야

릴리 캔디: 더 먹어야지!


나기보시 소라나: 기념품도 있으니까 사 가세요

나기보시 소라나: 그런데 '송신탑의 거대 어인'이 뭐예요?

나기보시 소라나: 들어 본 적도 없어서요


릴리 캔디: 진짜!? 그 유명한 도시 전설을 몰라?

릴리 캔디: 게임으로도 나왔는걸!


나기보시 소라나: 아~ 게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나기보시 소라나: 그게 거기서 따온 소재구나


릴리 캔디: 그래 그래 그거야~

릴리 캔디: 듣기로는 송신탑에 있는 수족관에서 사육사가 물고기를 사랑하게 돼서

릴리 캔디: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기 살을 먹이로 주다가

릴리 캔디: 결국에는 하나가 되어 버렸대!


나기보시 소라나: (그게 대체 무슨 도시 전설이지!?)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그 소문이 어디서 나왔는지 찾아볼게요

나기보시 소라나: …옛 중앙 무선 타워네요

나기보시 소라나: 아… '대홍수'로 피해가 가장 컸던 곳…

나기보시 소라나: 길이 꽤 복잡하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안전을 위해 조금 돌아갈게요


릴리 캔디: 그건 프로인 소라나쨩에게 맡길게!


나기보시 소라나: (부, 부끄러워…)


0005


0002


16:07 구수도 올드・캐피털 구 '아일랜드' 지구


나기보시 소라나: 여기서부터는 폐허도 많아져요

나기보시 소라나: 조금 흔들릴테니 조심하세요


릴리 캔디: 근데, 여기 건물은 다른 곳이랑 다르게 생겼네

릴리 캔디: 식물이 자라지 않은 것 같아


나기보시 소라나: …네, 폐허가 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나기보시 소라나: 한 5년 전까지는 아직 사람이 살았으니까요


릴리 캔디: 대홍수로 가라앉은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맞아요

나기보시 소라나: 예상 밖으로 급성장한 태풍 때문에 제방이 무너져서

나기보시 소라나: 순식간에 바닷물이…


0032

나기보시 소라나: 그래서… 그래서…

나기보시 소라나: 읏…


"찌릿"

심장의 울림에 호응하듯 상처가 욱신거린다

왼쪽 위팔에서 팔꿈치에 걸쳐 뻗은 수술 자국이… 나에게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그날… 내 인생을 바꿔 놓은 그날의 일을


0033

5년 전, 그날까지 나는 행복했다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있던 인공 '섬', 그곳에서 나는 태어나 자랐다

수도가 이전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활기로 가득한 도시였다   전 세기부터 계속 증축된 제방은 높이 솟아 있어서 불안을 느낄 일도 없었다

그날… 그날, 바다는 나에게서 빼앗아 갔다

모든 삶을 뿌리째로


0034

5년 전(2220년) 9월 23일

15:52 구수도 올드・캐피털 '아일랜드' 지구 소라나의 집


쇠퇴할 것으로 보였던 열대저기압은

몇 시간 만에 매우 강한 태풍으로까지 급성장했으며

중심 기압은 여전히 급속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상공의 편서풍과 태평양 고기압이 서로 맞서고 있어

예상 범위가 상당히 커졌으며, 진로는 예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0035

나기보시 소라나: 비가 엄청 오네… 아~ 심심해~

나기보시 소라나: 인형뽑기 하러 가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못하겠네~


소라나의 엄마: 소라나, 이리 좀 와 볼래?


나기보시 소라나: 왜, 엄마?


0036

소라나의 엄마: 대피하라고 안내가 왔어, 만일을 위해서

소라나의 엄마: 짐을 챙겨서 대피소로 가자


나기보시 소라나: 에이~ 귀찮아~

나기보시 소라나: 엄마 엄마, 컬렉션 가져가도 돼?


소라나의 엄마: 조금만이야, 중요한 건 네 안전이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리나 엄마는 어떡해? 지금 일하는 중이지?


소라나의 엄마: 가는 길에 연구소로 데리러 갈 거야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린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후회하고, 나 자신을 탓한다   내 탓이었을까? 내가 꾸물거렸기 때문에? 더 재빨리 움직였다면 대피할 수 있었을까?


0037


5년 전(2220년) 9월 23일 16:32 구수도 올드・캐피털 '아일랜드' 지구 상점가


나기보시 소라나: 어라? 차 막혀?


0038

죄송합니다! 이 앞은 홍수로 인해 폐쇄되었습니다!

다른 길로 부탁드립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엥!? 돌라고 해도 차가 계속 오고 있는데


속보입니다!

해안 안쪽으로의 바람과 저기압으로 인해

10미터를 넘는 해일이 관측되었습니다!

해일은 여전히 상승 중입니다!

제방의 설계 한계를 넘었으며 붕괴될 우려가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안전한 고층 빌딩으로 대피하십시오!


소라나의 엄마: 소라나! 대피하자!


나기보시 소라나: 리나 엄마는?


소라나의 엄마: 리나는 아마 괜찮을 거야   자, 가자


나기보시 소라나: 으, 응…, 꺄악! 차가워! 어라? 물?

나기보시 소라나: 히익… 떠내려가!


소라나의 엄마: 소라나!


나기보시 소라나: 꺄아악!


소라나의 엄마: 손 잡아!!


0039

그 뒤의 기억은 단편적이다

비명 같은 폭풍, 탁류의 굉음, 탄환처럼 때려 대는 빗소리

흠뻑 젖어 차가워야 할 텐데도 타는 듯이 뜨거운 몸, 취한 듯 흔들리는 시야, 어딘가 먼 곳에 있는 듯하면서도 폭력적일 만큼 강렬한 통증

무서운 일이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남의 일 같은 감각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육교에 걸린 트럭 위에 쓰러져 있었다   익숙했던 거리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폭포처럼 밀려든 물이 무수한 차를 떠내려보내고, 쇼핑몰의 유리를 산산조각 내고 있다


0040

나기보시 소라나: 어라? 엄마…? 어디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아파… 아파……


육교에 매달려 있던 나는 그로부터 몇 시간 뒤에 구조되었다

하지만 끝내 엄마는 둘 다 발견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혼자가 되었다


0041

나기보시 소라나: 하아… 하아… 하아…


릴리 캔디: 소라나쨩? 괜찮… 은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괜찮아요… 잠깐 옛생각이 나서요

나기보시 소라나: 소중한 사람들을 여기서 잃었거든요


릴리 캔디: 내가 무리하게 한 걸까? 만약 힘들면 그만둬도…


나기보시 소라나: 아, 아뇨아뇨, 그렇지 않아요

나기보시 소라나: 앗! 슬슬 목적지예요

나기보시 소라나: 자, 자, 송신탑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기보시 소라나: 두근두근하네요!


릴리 캔디: 우와~! 굉장해 굉장해 굉장해! 송신탑! 영상으로 담기 딱이야!


0042


나기보시 소라나: (...어떻게 얼버무렸나?)


Episode 5

【1-5: 송신탑의 거대 어인/The Radio Tower Fish-Man】


0002


16:24 송신탑 터


0043

릴리 캔디: 다들~ 보고 있어? 저게 바로 화제의 송신탑!

릴리 캔디: 엄청 멋지지 않아?

릴리 캔디: 자, 이제부터 거대 어인 탐색에 나설 건데

릴리 캔디: 그 전에 이번 일의 공로자인 소라나쨩에게서

릴리 캔디: 한마디 들어볼까?

릴리 캔디: 자, 자, 소라나쨩, 각오는?


나기보시 소라나: 에엣!? 우와앗, 아, 아우우웃

나기보시 소라나: 아야야아, 여 여얼심히 하게슴니닷!


릴리 캔디: 고마워! 자, 탐험 준비!

릴리 캔디: 또 방송할게~


나기보시 소라나: 아, 네…


0044

나기보시 소라나: 저, 저는 좀 더 잠수정 조정을 좀 하고 있을게요


릴리 캔디: 그럼 송신탑에 일등으로 들어간다~


0045

나기보시 소라나: (으윽, 중요한 순간에 아무 말도 못 하다니…)

나기보시 소라나: (나는 왜 항상 이럴까…)

나기보시 소라나: (모처럼 릴리쨩이 의뢰해 줬는데)

나기보시 소라나: (도움이 되기는커녕 발목만 잡고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민폐야… 나란 애는 얼마나 민폐일까…)

나기보시 소라나: (이런 내가 릴리쨩과 함께)

나기보시 소라나: (방송을 하다니… 그래도 되는 걸까?)


0046


???: 될리가 없잖아


0047

나기보시 소라나: 어!?


???: 네가 릴리에게 다가가도 될 리가 없잖아?

???: 그렇지? 너에게는 가치가 없으니까

???: 너, 너, 혹시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 자기가 대단하다고 믿어 버린 거 아니야?

???: 꺄하하하하! 얼마나 우쭐해진 거야?

???: 설마 정말로 네가 릴리와

???: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야?

???: 생각했던 거잖아? 생각해 버렸지이?

???: 꺄하! 꺄하하! 꺄하하하하!

???: 아… 우스워라! 그런 착각에 빠지다니!

???: 있잖아

???: 한 가지 말해 둘게

???: 나기보시 소라나

???: 너는

???: 릴리쨩에게

???: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야

???: 나기보시 소라나!

???: 네 가치 없음을 자각해!

???: 나기보시 소라나!!!!!!

???: 좋아, 되풀이해라   복창해라, 머릿속에 새겨 넣어라

???: 너에게는 가치가 없다   아무도 너를 신경 쓰지 않는다

???: 아무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너는 혼자다

???: 너에게 가치는 전혀 없다   하나도 없다


0048

나기보시 소라나: 나에게는 가치가 없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나기보시 소라나: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혼자다

나기보시 소라나: 나에게 가치는 전혀 없다   하나도… 없다…


그래, 알고 있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진저리 날 만큼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을   내가 없는 편이 세상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0049

???: 사라져! 사라져라! 지금 당장 사라져라! 없어져라!

???: 뛰어들어라! 뛰어들어! 바다에 뛰어들어라!


나기보시 소라나: 알았어… 응, 그렇지…

나기보시 소라나: 나는 가치가 없으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사라질게… 바닷속으로…


0050

릴리 캔디: 안 돼!!!


나기보시 소라나: 앗!?


퍼뜩, 정신이 든다   새카맣고 차가운 바닷물이 내 몸을 움켜쥔다   여기는? 방금 전까지의 바다가 아니다   이런 곳은 본 적이 없어

황량하고 차가운 바다 위로 기이한 구조물들이 드문드문 머리를 머리를 내민다   어딘가 인간의 뼈 같은, 생물로도 인공물로도 보이는 폐허들


릴리 캔디: 소라나쨩, 구하러 왔어!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저, 그 차림은?


릴리 캔디: 짜자자자잔!

릴리 캔디: 마법소녀 릴리 캔디, 화려하게 등장!


나기보시 소라나: 히에엑!? 마, 마법소녀!?


릴리 캔디: 이야기는 나중에! 일단 바다에서 대피하자


나기보시 소라나: 와왓…!


0051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에게 안겨서… 날고 있어!?)


릴리 캔디: 음, 여기라면 안전하려나?

릴리 캔디: 소라나쨩,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나기보시 소라나: 네, 괜찮은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서

나기보시 소라나: 마법소녀…? 엄청 멋지긴 한데…


0052

큐베: 그건 내가 설명해 줄게


나기보시 소라나: 뭐야… 귀에서 귀가 자란 작은 동물?

나기보시 소라나: 반려 AI?


큐베: 내 이름은 큐베!


나기보시 소라나: 아, 마스코트 캐릭터 같은 건가요?


큐베: 그렇게 이해해도 상관없어

큐베: 나는 너희의 소원을 뭐든 하나 이루어 줄 수 있어

큐베: 그러니까 나와 계약하고 마법소녀가 되어 줬으면 해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전개가 너무 급하잖아!

나기보시 소라나: 초유명 스트리머인 릴리쨩이

나기보시 소라나: 사실은 마법소녀도 겸업하고 있었다는 거야!?


릴리 캔디: 에헤헤,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야!


큐베: 조심해   마녀가 온다!


0053

…………!


나기보시 소라나: 뭐, 뭐야? 저 괴물…!?


큐베: 저건 마녀야

큐베: 사람들의 저주와 악의, 부정적인 감정의 집합체지


릴리 캔디: 그리고 나는 마녀를 쓰러뜨리는 정의의 편이라는 거지!

릴리 캔디: 소라나쨩, 지켜봐 줘!


나기보시 소라나: 에, 엥~!?

나기보시 소라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너무 우연아니야?

나기보시 소라나: 최애가 마법소녀로 변신해서 지켜 준다니…

나기보시 소라나: 이게 뭐야? 꿈? 망상? 내 소망? 심층 심리?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면 인생 마지막 주마등? 나 사실은 죽은 거야?


큐베: 꿈도 망상도, 소망도 심층 심리도 아니야

큐베: 물론 주마등 같은 것도 아니고

큐베: 이건 현실이야

큐베: 너희에게는 마법이라는 형태로

큐베: 감정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힘이 있어


릴리 캔디: 이얍! 일렉트로 다이버전스!


…………!


릴리 캔디: 볼텍스!


…………!


나기보시 소라나: 저게 마법소녀의 힘?


큐베: 맞아   마법소녀가 되면

큐베: 물리 법칙을 비틀어 버리는 것조차 가능해져

큐베: 그야말로 기적과 바람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지


…………!


릴리 캔디: 우왓…!


나기보시 소라나: 그, 그런데 왠지…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밀리고 있는 것 같은데…


큐베: 릴리의 마법은 뇌파 조작이라, 전투에는 맞지 않아


나기보시 소라나: 그, 그럴 수가


큐베: 계약했을 때의 소원에 따라 마법소녀의 마법이 정해지거든

큐베: '태양계 최고의 스트리머가 되고 싶어'

큐베: 그게 릴리의 소원이었으니까

큐베: 이것만큼은 나도 어쩔 도리가 없어


릴리 캔디: 꺄악!


나기보시 소라나: 큰일이야! 바다로 끌려 들어갔어!


큐베: 소라나, 너에게도 마법소녀의 재능이 있어

큐베: 나와 계약하고 마법소녀가…


0054

나기보시 소라나: 구해야 해!


Episode 6

【1-6: 소원과 계약/Bound by a Wish】


0055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릴리쨩, 어디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이 물 뭐야!? 뭔가 이상해!


필사적으로 팔을 움직인다   수영에는 자신이 있었다   매일 다이빙을 해 왔으니까   하지만 이 바다는 이상하다   검은 바닷물이 악의를 품은 듯 휘감겨 온다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나기보시 소라나: 있다, 저기야!


0056

릴리 캔디: 으음… 소라나… 쨩?


나기보시 소라나: 빨리 해면으로 올라가야 해, 빠져 죽을 거야!


…………!


나기보시 소라나: 히익, 뭔가가 발을 붙잡고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끌려 들어가!


0057

나기보시 소라나: (죽어…? 나, 죽는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 나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은 어떻게 되는 거야?)


0058

큐베: 소라나, 들려?


나기보시 소라나: 큐베…? 어떻게…?


큐베: 텔레파시야

큐베: 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네 힘이 필요해

큐베: 네가 마법소녀가 되어서 마녀를 쓰러뜨리는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마법… 소녀… 가…?


큐베: 계약을 해!

큐베: 소원을 정하고 지금 당장 나와 계약을…!


나기보시 소라나: 소… 원…

나기보시 소라나: (나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나기보시 소라나: (하지만…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사라지는 건 싫어!)

나기보시 소라나: 내 소원은…


...



...


큐베: 네 마법은 '물 분자 조작'이야

큐베: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서 호흡하는 정도는 간단한 일이지


0059

나기보시 소라나: 헉! 그것보다 릴리쨩…!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릴리쨔아아아앙!

나기보시 소라나: 으윽, 아아, 젠장! 발에 휘감겨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이대로는 죽을텐데…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일어나! 릴리쨩! 정신 차려!

나기보시 소라나: 산소를 전해 줘야 해… 아… 그, 그래…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미… 미안해요…


0060

릴리 캔디: 으응, 응…, 어라? 소라나쨩?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나기보시 소라나: 아, 그, 그그그그그그게요오… 이, 이건…


릴리 캔디: 소라나쨩이 구해 준 거야? 고마워…!

릴리 캔디: 어라? 그 차림은… 혹시 마법소녀가 된 거야?

릴리 캔디: 나를 구하려고 계약해 준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아, 그, 그쵸……


릴리 캔디: 소라나쨩, 고마워! 진짜 사랑해~!

릴리 캔디: 꾸욱!


나기보시 소라나: ……!?


0061

큐베: 미안하지만, 나중에 해 주지 않을래?

큐베: 마녀는 기다려 주지 않아


…………!


릴리 캔디: 괘괘괘괘괜찮아~!

릴리 캔디: 우리 둘이라면 절대로 지지 않아!

릴리 캔디: 소라나쨩, 같이 해치워 버리자!


나기보시 소라나: 아우우… 릴리쨩…

나기보시 소라나: 눈앞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심장이 위험해…


릴리 캔디: 연계 합체 필살기야, 소라나쨩!


나기보시 소라나: 여, 연계 합체 필살기?

나기보시 소라나: 어,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릴리 캔디: 그건 기세랑 애드리브로 부탁해!


나기보시 소라나: 에에… 아, 알겠어요오   해볼게요


릴리 캔디: 간다~!


나기보시 소라나: 이, 이야앗~


소라나 & 릴리: 받아라! 창뢰 교향곡 루미너스 스톰!


…………!


나기보시 소라나: 우, 우와… 쓰러뜨린… 거야?


릴리 캔디: 해냈어! 우리라면 이런 건 식은 죽 먹기지!


큐베: 훌륭했어, 소라나

큐베: 이렇게 빨리 마법을 마스터하다니

큐베: 너에게는 재능이 있는 모양이야


나기보시 소라나: 어, 헤헤헤 쑥스러워…


릴리 캔디: 앗, 그리프 시드가 나왔어!


나기보시 소라나: 그리프 시드? 그 보석 같은 거요?


릴리 캔디: 응! 마녀를 쓰러뜨리면 그리프 시드를 얻을 수 있어!

릴리 캔디: 소라나쨩, 소울 젬 좀 보여 줘


나기보시 소라나: 소울 젬…?

나기보시 소라나: 아, 아까 계약했을 때 나온 보석 말인가요?


0062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이거요? 어라? 조금 탁해졌네요


릴리 캔디: 마법을 쓰면 소울 젬이 탁해져

릴리 캔디: 그래서 그리프 시드로 이렇게

릴리 캔디: 정기적으로 정화해야 해~


나기보시 소라나: 앗, 깨끗해졌다


릴리 캔디: 다 쓴 그리프 시드는

릴리 캔디: 큐베쨩에게 처리해 달라고 해!


큐베: 큣뿌이


릴리 캔디: 내버려 두면 거기서 또 마녀가 부화하니까

릴리 캔디: 조심해!


나기보시 소라나: 으아… 무서워…


릴리 캔디: 자, 마법소녀로서의 일은 끝났으니

릴리 캔디: 돌아가서 방송 이어서 해야지

릴리 캔디: 어라?

릴리 캔디: 근데 송신탑의 거대 어인이라는 게 아까 그 마녀였을까?

릴리 캔디: 아이고, 방송 분량을 놓쳐 버렸네~


나기보시 소라나: 저, 여기서 어떻게 나가나요?


릴리 캔디: 마녀의 결계는 주인인 마녀를 쓰러뜨리면 자연 소멸해

릴리 캔디: 그러니까 곧 사라질 텐데…


큐베: 릴리, 소라나

큐베: 뭔가 이상해, 결계가 사라지지 않았어

큐베: 그뿐만 아니라 반응이 강해지고 있어

큐베: 마치 또 하나의 결계가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

큐베: 둘 다 조심해!


나기보시 소라나: 앗! 뭔가 하얀 게 나왔어!?


큐베: 저건… 결계야!

큐베: 마녀의 결계 안에 또 결계가 전개되다니

큐베: 이런 건 관측한 적이 없어


나기보시 소라나: 뭐, 뭔가 움직이고 있어요… 위험한 거 아니에요…?


릴리 캔디: 퍼지고 있어! 우리를 삼켜버릴 거야!


0046


Episode 7

【1-7: 이세계/Otherworld】

17:55 정체불명의 결계


0063

큐베: 소라나, 소라나, 일어나


나기보시 소라나: 우냐냐냐… 아~ 뭐야? 벌써 일할 시간이야?


큐베: 무슨 잠꼬대를 하는 거야?

큐베: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기보시 소라나: 응…, 어라… 인형?


큐베: 내 이름은 큐베야! 그것조차 잊어버린 거니?

큐베: 어쩌면

큐베: 혹시 머리를 다쳐서 기억에 문제라도 생긴 걸까?


나기보시 소라나: 아…, 맞다   나는 마법소녀가 되어서…


큐베: 이제야 기억났니? 자, 일어나

큐베: 누워 있을 틈은 없어


나기보시 소라나: 여긴…?


기묘한 하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군데군데 검은 점이 뚫려 있다   흐린 하늘과도 다른, 터무니없는 광대함이 느껴진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새까만 어둠 속의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와 같은 감각이다


큐베: 마녀의 결계 같지만 자세한 건 나도 몰라


나기보시 소라나: 전문가가 그렇다면야, 진짜 미지의 공간이구나

나기보시 소라나: 영차…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세계', 그런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얀 빛 아래 가슴이 서걱거리는 듯한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기묘하게 인공적인 분위기가 난다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의 둔탁한 광택을 내는 지면, 주위에는 얕은 도랑이 제멋대로 파여 있다   멀리에는 숲 같은 검은 덩어리가 보였다   그 너머에는 탑으로 보이는 건조물이 우뚝 솟아 있다


나기보시 소라나: 앗…, 릴리쨩은? 어디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없어!? 어디에도 안 보여!


큐베: 서두를 필요 없어, 소라나

큐베: 텔레파시로 불러 보면 돼


나기보시 소라나: 텔레파시~? 대체 어떻게 하면…?


0064


나기보시 소라나: 으음, 릴리쨩, 들리나요?


0065

릴리 캔디: 응! 감도 양호! 잘 들리고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다행이다~

나기보시 소라나: 그, 그, 그게, 괜찮으세요? 다친 데는 없어요?


릴리 캔디: 고마워! 다친 덴 없는데 약간 문제가 있어서…

릴리 캔디: 움직일 수가 없어, 붙잡힌 것 같아


나기보시 소라나: 예에에!? 사, 상황은요!? 어, 어디 계신 거예요!?


릴리 캔디: 투명하고 커다란 수정구 안에 있는 것 같아

릴리 캔디: 마법을 써도 전혀 깨지지 않아


나기보시 소라나: 바깥은요!? 뭔가 보이는 게 있나요?


릴리 캔디: 엄청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아

릴리 캔디: 탑에서 팔 모양 받침대가 뻗어 있고 그 위에 수정구가 있는 느낌이야


나기보시 소라나: 탑… 저거다!


큐베: 소라나, 눈을 부릅뜨고 봐 봐


나기보시 소라나: 예? 으으읏…


0066

나기보시 소라나: 앗! 갑자기 시력이 좋아졌어


큐베: 마법의 응용이야

큐베: 안구 속 수분을 사용해서 렌즈를 만들 수 있거든


나기보시 소라나: 너무 잘 보여서 속이 안 좋아…

나기보시 소라나: 앗! 있다! 저기, 릴리쨩이 보여!


릴리 캔디: 오~ 나 찾았어? 소라나쨩~ 보여?


나기보시 소라나: 와와와왓! 릴리쨩이 이쪽을 보고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손 흔들어 주고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나를 알아봐 줬구나아~ 데헤헤헤에에~


큐베: 느긋하게 있을 틈은 없어

큐베: 자, 출발하자


큐베의 안내를 받아 나는 걷기 시작한다   탑에 다가가려면 숲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숲'에 가까워질수록 그 기이한 광경이 드러났다


나기보시 소라나: 이게 뭐야…!? 으엑, 기분 나빠…


그것은 잘린 머리였다   사람보다 큰 거대한 얼굴이 줄기 같은 목에 받쳐져 땅에서 자라나 있다

부자연스러운 웃음이나 억지스러운 공포가 떠오른 얼굴들은 의미 없는 말을 끝없이 토해 내고 있었다

!@#$%^&%#@#%$*!? !@#$%^&*! !@#$%^&%#@#%$*!? !@#$%^&*!


나기보시 소라나: 히익… 뭐라 말하고 있어…


큐베: 공격하진 않는 모양이네   자, 가자


나기보시 소라나: 무서워… 그래도 릴리쨩을 위해서…


안쪽으로 나아갈수록 잘린 머리들은 자라나듯 높아졌다   하얀 하늘은 얼굴들에 뒤덮이고 탑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눅눅하고 음침한 공기가 피부에 휘감긴다


나기보시 소라나: 우왓… 뭔가 발에 닿았어…!?

나기보시 소라나: 뱀…!?


큐베: 잘 봐


발밑에서 길고 가느다란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생물이 아니다, 금속성의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다


나기보시 소라나: 이건… 사슬…?

나기보시 소라나: 이얏!


나는 얼떨결에 밟아 버렸다   사슬은 놀란 듯 움찔 움직이더니 몸을 꿈틀거리며 도망치더니, 잘린 머리의 줄기를 타고 올라가 그 입속으로 들어갔다

입은 씹는 듯이 움직이며 끈적끈적한 숨을 내뱉는다


0067

나기보시 소라나: 와… 와오…


릴리 캔디: 소라나쨩, 지금 어디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아, 네, 숲… 이라기보다… 잘린 머리가 잔뜩 있는 곳이에요

나기보시 소라나: 조금만 더 가면 탑에 도착할 것 같아요


릴리 캔디: 조심해!

릴리 캔디: 뭔가 이상한 게 움직이고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이상한 거요?


릴리 캔디: 시곗바늘 같은 게 있는데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어!


큐베: 소라나, 귀를 기울여 봐, 뭔가 들려?


나기보시 소라나: 그러고 보니 멀리서… 뭔가가 쓰러지고 있는 건가?


큐베: 여기를 떠나는 편이 좋겠어


나기보시 소라나: 그, 그래…

나기보시 소라나: 우왓!?


0068

나기보시 소라나: 아야야…, 이게 뭐야? 사슬? 발에 감겼어!?

나기보시 소라나: 이익… 야! 이야! 떨어져!


큐베: 조심해! 아직 더 온다!


잘린 머리들의 입이 일제히 열렸다   뿜어져 나온 강렬한 악취와 함께 나타난 것은 수십 가닥의 사슬들…


나기보시 소라나: 히익… 이거 이거! 움직일 수가 없어!


큐베: 소라나,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야

큐베: 자, 봐


큐베가 재촉할 것도 없이 그 기척은 느껴졌다   숲 안쪽에서 뭔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고 있다   쿵… 쿵… 잘린 머리가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0069

나기보시 소라나: 맞다, 마법!

나기보시 소라나: 마법을 써서 어떻게든 할 수 없는 거야!?


큐베: 네 마법은 물 분자 조작이야, 물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큐베: 물통이라도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나기보시 소라나: 이, 이거… 가챠 꽝이잖아…


Episode 8

【1-8: 뜻밖의 수호자/The Unexpected Guardian】

18:46 정체불명의 결계



숲의 어둠 저편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온다   소리는 확실히 커지고 있다   북을 두드리는 듯한 그 소리를 배경으로 잘린 머리들의 표정이 변하더니,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절규가 터져 나온다

!@#$%^&%#@#%$*!? !@#$%^&*! !@#$%^&%#@#%$*!? !@#$%^&*!


0070

큐베: 온다!


'시곗바늘'…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쇳덩어리가 눈앞에 닥쳐온다   잘린 머리의 숲을 갈아 으깨듯 뿌리째 쓰러뜨리며 이쪽으로


나기보시 소라나: 큐베! 도와줘!


큐베: 유감이지만 마법소녀의 소원은 한 번뿐이야


나기보시 소라나: 야! 이… 쓸모없는 짐승 같으니!

나기보시 소라나: (아, 이건 글렀다… 죽어… 여기서 죽겠어… 진짜 죽어…)


0071

???: 하앗!


나기보시 소라나: ……!?


사람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키가 크고,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드레스를 두른 소녀   손에는 흑요석 같이 검게 빛나는 대검을 들고 있다


???: 베겠다!


나기보시 소라나: 히, 히익, 해치지 마세요…!


???: 이야앗!


나기보시 소라나: 끼야악! 아, 사슬이 끊어졌다…


0072

???: 어이, 다친 데는 없나?


나기보시 소라나: 아… 네, 감사합니다…


???: 인사는 됐다, 그보다 빨리 붙잡아


나기보시 소라나: 부, 붙잡아요…!? 네? 어디를요?


???: 꾸물거리지 마라! 이렇게!


0073

체온이 느껴진다   한순간 늦게, 나는 소녀에게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다가온다   가늘고 긴 눈이 들여다본다   시선이 마주친다   마치 세계와 세계가 직접 서로를 비추듯이


나기보시 소라나: (우와… 엄청 멋있다…)


???: 어이… 뭘 보고 있는 거지?


나기보시 소라나: 앗… 죄, 죄송해요! 그… 멋있다고 생각해서…


???: 뭐? 아무튼 날겠다, 여긴 위험해


나기보시 소라나: 난다니…? 우, 우와와앗!


배의 힘이 빠지는 듯한 묘한 감각과 함께 몸이 허공에 내던져진다   나를 받치고 있는 소녀의 손아귀가 더욱 조여들면서, 밀착해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아래로 눈을 돌리자 방금 전까지 덮쳐 오려던 '시곗바늘'의 전모가 보였다

탑을 축으로 삼아 회전하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길고 검은 직선이 지평선 너머까지 뻗어 있다

'잘린 머리의 숲'은 이제 짓밟혀 있었다   '시곗바늘'의 벌채로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공중에서 '바늘'의 위협을 피해 반대편에 착지한다


0074

나기보시 소라나: 하아… 하아… 아우우…


???: …괜찮나?


나기보시 소라나: 네, 넵! 조금 허리에 힘이 풀렸을 뿐이에요


큐베: 방심하기엔 일러, 조심해!


나기보시 소라나: 잘린 머리가 아직 살아 있어…?


잘린 머리들은 약해지지조차 않은 듯하다   땅에서 목이 떨어진 것을 기뻐하듯이 깡충깡충 계속 뛰어오른다   상처가 나서 끈적끈적한 체액이 새어 나와도 아랑곳없이 몸을 버둥거린다


나기보시 소라나: 히익…


???: 어이! 떨어지지 마!


패닉에 빠져 무작정 달려 나가려던 내 손을 소녀가 붙잡았다   다시 몸이 밀착된다

정적 속에서 호흡과 고동 소리만이 울린다   내 것인지 아닌지, 그것조차 알 수 없다

검은 숲은 모습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잘린 머리들은 떠나가고 새카만 살덩이 몇 개만 나뒹굴고 있을 뿐이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사라지고 다시 하얀 하늘이 펼쳐진다


0075

나기보시 소라나: 저… 감사합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이, 이제 슬슬 내려 주셔도…


???: 안 돼

???: 나와 접촉해 있는 한 적에게 들키지 않는다

???: 하지만 떨어지면 위험해


나기보시 소라나: 그, 그런가요…

나기보시 소라나: (그 말은 한동안 이대로라는 거야…?)


0076

나기보시 소라나: (곤란해… 좋긴한데… 그래도 곤란해…!)


???: 좋아, 한 가지 말해 두겠다

???: 아까처럼 패닉에 빠져서 도망치는 짓은 하지 마

???: 골치아프게 되니


나기보시 소라나: 네, 넵! 죄송합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츤츤거리네… 근데 그래서 매력적이야!)


큐베: 너도 마법소녀인 것 같네, 그런데 너와 계약한 기억은 없어

큐베: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지?


???: 네게 할 말은 없다

???: 꺼져!


릴리 캔디: 소라나쨩! 괜찮은 거야!?


0077

나기보시 소라나: 아, 릴리쨩이에요?

나기보시 소라나: 뭔가 잘 모르겠는데, 친절한 분이 구해 주셨어요


릴리 캔디: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친절한 분, 고마워요!


???: 이 텔레파시… 넌 릴리 캔디인가?

???: 그 스트리머?


릴리 캔디: 꺄아~! 혹시 본 적 있어요?


???: 뭐, 옛날에 조금…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 그 탑에 있는 거지?

???: 알았다, 거기까지 데려가 주지

???: 얌전히 있어라


나기보시 소라나: 네, 넵! 얌전히 안겨 있겠습니다!


0078

???: …그보다, 그거 놀리는 거냐?

???: 아니면 원래 그랬나?


나기보시 소라나: 호에? 무슨 말씀이세요?


???: 하아… 아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혼났지만… 멋있어!)


Episode 9

【1-9: 마법소녀의 진실/The Truth of Magical Girls】

20:11 정체불명의 결계 탑 부근


0079

나기보시 소라나: 우와… 높다…!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은 이 위에 있는 거죠?

나기보시 소라나: 이런 곳을 어떻게 올라가요?


???: 잠시 기다리고 있어라


나기보시 소라나: 아, 네, 기다릴게요

나기보시 소라나: (그나저나 껴안은 채로 말하는 건 익숙해지지 않네…)


하얀 하늘에는 구름도 없고, 맑디맑은 대기 속에서 탑이 끝없이 솟아 있다   몇 시간을 걸은 끝에 이곳에 다다랐다

가까이서 봐도 이음매 하나 없다   한여름의 그림자가 실체화한 듯한 탑의 벽, 그건 건조물이라기보다 시야를 차단하는 휘장 같다


나기보시 소라나: 으앗, 위에서 뭔가 와요! 히익…, 적!?


???: 당황하지 마! 시간에 맞춰서 엘리베이터가 왔을 뿐이다


0080

나기보시 소라나: 저게 엘리베이터예요?

나기보시 소라나: 아무리봐도 괴물 같은데…


???: 걱정 마, 안전하다

???: 네가 나에게 닿아 있기만 한다면

???: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나기보시 소라나: 히에에엑!


???: 이봐, 숨 막혀! 힘 좀 풀어!


나기보시 소라나: 죄송합니다아아…


???: 참… 자, 간다


0081

엘리베이터 안에 발을 들이자 축축하고 비릿한 냄새가 비강을 자극해 온다   몇 주씩 방치된 욕조가 이런 느낌일까

문이 닫히고, 좁고 어둑한 공간에 갇힌다   옆에 있는 소녀의 존재를 의식하며 어떻게든 불안을 억누르려 한다


나기보시 소라나: (히익!? 뭐야, 이 소리!? 벌레!?)

나기보시 소라나: (올라가고 있는 건가?)


???: 도착했군, 여기서 내린다


0082

나기보시 소라나: 우, 우와~! 경치 좋다!


지금까지 걸어온 광경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금속판 같은 지면, 지상화 같은 기호를 그리는 도랑, 우리를 덮쳤던 '시곗바늘'은 곧게 검은 직선을 저편으로 뻗고 있다


나기보시 소라나: 어라, 그런데… 지평선이 왠지 이상해…

나기보시 소라나: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흐릿한데…?

나기보시 소라나: 왜지?


???: 구경은 이제 그만, 네 파트너가 저기 있다


0083

릴리 캔디: 소라나쨩! 구하러 와 줬구나!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탑에서 뻗은 발판 끝에 거대한 금붕어 어항이 있었고, 릴리쨩은 그 안에 있었다

무릎 아래까지 물이 차 있고, 작은 생물 같은 무수한 그림자가 떠다닌다   다가가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알들…


나기보시 소라나: 으아악!


릴리 캔디: 괜찮아, 이제 친구야! 그런데 이 유리가 깨지지 않아서…


???: 조금 물러나 있어라… 천계석각 Afterglow of Heaven !


나기보시 소라나: 우와! 검이 라이플로 변했어!?

나기보시 소라나: 멋있다!

나기보시 소라나: 이런 거 너무 좋아! 나도 해보고 싶어!


???: 연습해라, 마법은 상상을 실체화할 수 있으니…

???: 자, 깨졌다


0084

릴리 캔디: 와~! 고마워요! 친절한 분이네!


???: 조심해, 나에게 닿아 있어라


릴리 캔디: 안아 줘, 안아 줘~!


???: 으윽… 거리낌이 없구나…


0085

나기보시 소라나: (아, 얼굴이 살짝 빨개졌네? 이런 면도 있구나)


???: 뭐야, 뭘 보고 있는 거냐?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 …뭐, 됐다, 이대로 출구까지 데려가 주지

???: 얌전히 있어라


나기보시 소라나: (…그보다 이렇게 꼭 붙어서 이동한다고!?)

나기보시 소라나: (호에에~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아…)


???: 여기가 출구,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릴리 캔디: 해냈다~! 엄청난 대모험이었어!

릴리 캔디: 구해 줘서 고마워요!


나기보시 소라나: 저, 저기… 저는 나기보시 소라나라고 해요…

나기보시 소라나: 괜찮으시다면… 이,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나기보시 소라나: 그, 그리고…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0086

???: …아니, 너희와 만날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 그러니 이름을 밝힐 필요도 없다


나기보시 소라나: (으… 차였다…)


0087

큐베: 나도 하나 물어도 될까?

큐베: 너는 마법소녀인데도 나와 계약하지 않았어

큐베: 게다가 이렇게 큰 마녀 결계는 이론적으로는 있을 수 없을 텐데

큐베: 역사를 통틀어도 관측한 적이 없어

큐베: 그런데 너는 이곳을 잘 아는 모양이구나

큐베: 솔직히 말해

큐베: 너와 이 결계는 너무 수상해

큐베: 대체 뭘 숨기고 있니?


???: 하하하… '뭘 숨기고 있니'?

???: 너한테만큼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야!

???: 그래, 나기보시, 이 녀석에게 질문해 봐라

???: '소울 젬의 정체'와 '마녀의 기원'에 대해서

???: 이 녀석은 정직해서 거짓말을 못 하지, 그게 또 질이 나쁜 부분이다

???: 그럼 잘 있어라, 힘껏 노력해서 살아봐라

???: …마법소녀로서의 인생을


나기보시 소라나: 아… 가 버렸네


큐베: 조심하는 편이 좋아,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으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근데, 큐베, 아까 말했던 질문인데

나기보시 소라나: '소울 젬의 정체'가 뭐야?


큐베: 간단하지, 즉, 소울 젬은 너희 자신이야


0088

나기보시 소라나: ?


릴리 캔디: ??


나기보시 소라나: 아~ 비유하자면?


큐베: 말 그대로의 의미야, 계약을 했을 때

큐베: 네 영혼을 꺼내서 소울 젬으로 가공했어


0089

나기보시 소라나: 어, 어어~!? 그럼 이 몸은?


큐베: 단순한 외장 하드웨어지

큐베: 소울 젬이 육체를 조작할 수 있는 범위는

큐베: 기껏해야 100미터 정도니까

큐베: 조심하는 편이 좋아


나기보시 소라나: 왜 그런 짓을 해!?


큐베: 원래 몸 그대로는 마녀와 싸울 수는 없잖아?

큐베: 인간의 몸은 약하고 무르니까

큐베: 하지만 영혼을 소울 젬으로 만들면

큐베: 심장이 찔리거나, 뇌가 날아가도

큐베: 마력만 있으면 몸을 회복할 수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아니아니아니!

나기보시 소라나: 멋대로 영혼을 주무르는 건 아웃이잖아!


릴리 캔디: 그럼 '마녀의 기원'은 뭐야?


큐베: 마녀의 기원은 소울 젬, 즉 너희 마법소녀야

큐베: 마력의 소비나 정신적인 절망으로 소울 젬이 완전히 탁해져서

큐베: 정화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큐베: 마법소녀는 마녀로 변해


나기보시 소라나: 진짜…!?


0090

릴리 캔디: 그, 그럼 내가 지금까지 쓰러뜨려 온 마녀는…


큐베: 원래는 마법소녀였지


릴리 캔디: 거짓말…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나기보시 소라나: 큐베,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큐베: 너는 엔트로피라는 말을 알아?


나기보시 소라나: 어? 열역학 제2법칙 그거?


큐베: 맞아,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네

큐베: 어떤 변화가 일어날 때

큐베: 엔트로피는 비가역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큐베: 에너지 중 역학적으로 이용 가능한 부분

큐베: '엑서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감소해

큐베: 궁극적으로는 먼 미래의 우주는 역학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큐베: 모든 곳에서 균등한 열에너지만 남게 되는데

큐베: 그렇게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면 엑서지는 0이 돼

큐베: 그런 우주에서는 지성이 존재할 수 없어

큐베: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큐베: 주변 환경으로 엔트로피를 배출해야 하는데

큐베: 최대 엔트로피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

큐베: 그게 물리 법칙이 알려 주는 우주의 운명이야

큐베: 그런데, 사실 그 운명에는 예외가 있어

큐베: 너희의 마력, 인류가 방출하는 감정 에너지야

큐베: 신기하게도

큐베: 감정 에너지의 일 효율은

큐베: 물리 법칙이 정한 한계인 '카르노 효율'을 능가해

큐베: 나는 감정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모으기 위해서

큐베: 마법소녀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어

큐베: 특히 고품질인 건 마법소녀가 마녀가 될 때

큐베: 희망과 절망의 상전이로 생겨나는 감정 에너지야


0091

큐베: 그러니까 너희는 우주의 미래를 짊어진 존재이기도 해

큐베: 무수한 문명으로 가득한 이 우주의 미래 말이지


나기보시 소라나: 갑자기 우주의 운명이니 미래니 하는 얘기를 꺼내도 말이야…

나기보시 소라나: 취소! 취소는 못 해!?


큐베: 너희는 이미

큐베: 인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소원을 이루었잖아?

큐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고 싶다고 해도

큐베: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어


릴리 캔디: 그럼! 왜 그걸 가르쳐 주지 않았던 거야!


0092

릴리 캔디: 큐베쨩 같은 건 싫어!


큐베: 묻지 않았으니까

큐베: 너희같은 반응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 아니야

큐베: 내가 불쾌하다고 한다면 너희 앞에서 사라져 줄게

큐베: 그럼 안녕, 이제 만날 일은 없을 거야


Episode 10

【1-10: 미래로의 출발/Embarking on The Future】

20:52 송신탑 인근


0093

그리운 바다 냄새에 감싸인다   바깥세계로 돌아왔나

아니… '돌아온' 게 아니야, 몇 분 전 큐베의 한마디로 내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으니


나기보시 소라나: 나는… 이제 인간이 아닌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마녀가 되는 거야?


내비 AI: 마녀?

내비 AI: 무슨 동화 같은 소리를 하고 계신 겁니까?


0094

나기보시 소라나: 아… 코랄이구나… 미안해, 사연이 좀 길어…


내비 AI: 그거 잘됐군요

내비 AI: 그나저나, 좀 전의 충격으로 기체가 손상되었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어!? 그거 아마 마녀 때문일 거야…

나기보시 소라나: 나랑은 상관없는…


내비 AI: 마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내비 AI: 거짓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입니까?


나기보시 소라나: 자, 잠깐만! 무슨 책임!?

나기보시 소라나: 운전 중 사고도 아니고

나기보시 소라나: 혼자서 멋대로 망가진 것뿐이잖아!


내비 AI: 아닙니다, 당신에게는 엄연한 책임이 있습니다

내비 AI: 계약하셨죠?

내비 AI: 사용자는 본 기체의 정박 중,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나기보시 소라나: 그런 계약서를 전부 읽을 수 있을 리가…


내비 AI: 그래도 서명하셨잖아요? 비용을 청구하겠습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으아악!! 내가 고치면 되잖아!


내비 AI: 불가능합니다

내비 AI: 아마추어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서요


나기보시 소라나: 아 진짜! 그래서 얼마야?


내비 AI: 11,102달러입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만???

나기보시 소라나: 무리지 무리지! 무리야!

나기보시 소라나: 내 전 재산을 다 모아도 그 절반이 안 돼!


내비 AI: 지정된 기한 내에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내비 AI: 자동으로 소송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내비 AI: 당신은 계약에 동의했으므로, 이는 당신의 책임입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계약, 또 계약… 아아, 이제 지겨워…


0095


나기보시 소라나: (그냥 바다에 몸을 던져버릴까…)


0096

릴리 캔디: 여러분~ 미안!

릴리 캔디: 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릴리 캔디: 방송을 못 했어

릴리 캔디: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또 봐!

릴리 캔디: 사랑해, 허니!


0097

릴리 캔디: 소라나쨩~! 괜찮아? 울지 마... 응?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 훌쩍…


릴리 캔디: 쓰담쓰담, 쓰담쓰담, 기운 나라 기운 나라 기운 나라~!

릴리 캔디: 자, 소라나쨩, 과자 줄게!


나기보시 소라나: 으윽, 훌쩍… 짜…


릴리 캔디: 아이고, 바닷물에 젖어 있었나 보네…


나기보시 소라나: …죄송해요   한심한 모습을 보여 드려서


릴리 캔디: 소라나쨩이 나를 구해 줬잖아?

릴리 캔디: 아직 감사 인사를 못 했네

릴리 캔디: 정말 고마워, 응?


나기보시 소라나: 아, 저, 저야말로…


릴리 캔디: 있잖아, 소라나쨩

릴리 캔디: 마법소녀가 된 거 후회하고 있어?


나기보시 소라나: 후회?


0098

나기보시 소라나: (그래, 나는 릴리쨩을 구하기 위해…)

나기보시 소라나: (소원을 빌었었지…)

나기보시 소라나: (후회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

나기보시 소라나: 저… 사실 5년 전 '대홍수' 때, 제 부모님이…

나기보시 소라나: 아, 둘 다 엄마인데요… 두 분 다 돌아가셔서…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이 바다에 가라앉을 뻔했을 때

나기보시 소라나: 그 일이 떠올라서

나기보시 소라나: 그래서 두 번 다시 소중한 사람을 바다에 빼앗기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나기보시 소라나: 후회는 없어요

나기보시 소라나: 인생을 걸 만한 소원이었어요

나기보시 소라나: 게다가…

나기보시 소라나: 릴리쨩과 함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나기보시 소라나: 왠지 특별한 관계가 된 것 같아서 기뻐요…

나기보시 소라나: (야…! 아무리 그래도 방금 그 말은 아니야!)

나기보시 소라나: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릴리 캔디: 나도 기뻐! 소라나쨩!


0099

나기보시 소라나: 윽… 히요오오오오오오오!?


릴리 캔디: 그리고 반드시 마녀가 된다는 건 아니잖아?


나기보시 소라나: 호에?


릴리 캔디: 큐베쨩도 말했잖아

릴리 캔디: 마법소녀가 마녀가 되는 건 희망이 절망으로 상전이하기 때문이라고

릴리 캔디: 그렇다면 쭉~ 절망하지 않으면

릴리 캔디: 마녀가 안되는 거 아닐까?


나기보시 소라나: 포지티브 띵킹…


릴리 캔디: 난 절망 안 하는 게 특기야!

릴리 캔디: 게다가 사람을 북돋아 주는 것도 아주 특기고!

릴리 캔디: 괜찮아! 괘괘괘괘괜찮아!

릴리 캔디: 소라나쨩은 내가 절대로 절망하게 두지 않을 테니!


나기보시 소라나: 너무나 감사한 말씀… 가보로 삼겠습니다…


릴리 캔디: 그렇게 격식 차린 말투가 아니어도 되는데

릴리 캔디: 우리는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관계'잖아?


나기보시 소라나: 으갸가갸계에에에에엑! 그, 그건 잊어 주세요…


0100

나기보시 소라나: 너무 부끄러워…


내비 AI: 나기보시 씨, 한창 분위기가 달아오르신 듯하지만

내비 AI: 보상 및 소송과 관련하여 몇 가지 추가적인 세부 사항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릴리 캔디: 소송? 무슨 일 있었어?


나기보시 소라나: 아… 이 쓸모없는 고물 잠수정이 멋대로 망가져서

나기보시 소라나: 저한테 배상을 하라고 하는 거예요

나기보시 소라나: 안 내면 소송이라고…

나기보시 소라나: 그런데 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에요…


릴리 캔디: 얼마야?


내비 AI: 11,102달러입니다


릴리 캔디: 그럼 내가 일시불로 내줄게

릴리 캔디: 생체 인증 크레딧으로 가능해?


내비 AI: 물론입니다


나기보시 소라나: 리, 릴리쨩… 그건 안 돼…

나기보시 소라나: 너무나 죄송하다고 할까…

나기보시 소라나: 너무나 한심하다고 할까…

나기보시 소라나: 저는 갚을 수도 없는데요!?


릴리 캔디: 흐~음, 그럼 그 대신

릴리 캔디: 나를 위해 일을 하는 건 어때?


나기보시 소라나: 네에!?


릴리 캔디: 소라나쨩은

릴리 캔디: 지금부터 내 전속 어시스턴트로 결정~!

릴리 캔디: 이건 이미 결정한 사항이라서 변경은 안 돼요~!


나기보시 소라나: 예… 예에에에~!?


0101

나기보시 소라나: (내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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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게 당신을 빼앗기지 않아
바다에게 당신을 빼앗기지 않아
海にあなたを奪わせな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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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의 온기, 마주치는 시선
품의 온기, 마주치는 시선
彼女の体温、交わる視線